-
2016년 11월 3일일상 2019. 10. 31. 16:06
#1.
시간이란 건 참 그렇다.
어떤 때는 너무 빨리 가서 시원섭섭하다가도
어떤 때는 꼭 이번 주처럼 하루하루 곱씹으며 잘 가지 않는다. 이럴 때는 되새김질하면 겨우 찾아온 주말은 곧 덧없이 끝나겠지. 다가올 다음 주가 또 이렇게 하루하루 곱씹으며 지나갈 생각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
시간이 시원섭섭하게 빨리 지나갈 때의 그 시작을 보면 내가 할 일, 하고 싶던 일들을 꼼꼼히 정리되어있었고, 그것이 잘 정리되어 끝나있었다. 반대로 시간을 한 시간 하루씩 되새김질할 때에는 마감도 정해지지 않고 정리도 되지 않은 일을 하며 지저분하게 끌고 있을때 그렇다.
이번 주는 마감도, 완료 처리도 내 맘대로 미룰 수 있는 일들(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그러나 꼭 해야 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야 해서 그런가... 내 방 조차, 내 마음조차도 정리가 되지 않는 한 주이다.
#2.
사회생활이 얼추... 5년이 넘어가는 듯하다. 11년도 10월 즈음 어리버리하게 학생 마인드로 사무실에 앉아 직장의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느끼며 나는 꿈을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혼자 이익을 창출하여 독식하겠다고. 그때는 잘 몰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며, 평생 찾아야 하는 과제라는 걸.
그런데 또 주위에서 보면 그 기적과 같은 일을 이루고, 계속해서 다가가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나는 너무 그 '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을 방대하고 어렴풋하게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어려워 하고 있지만 쉽게 그것에 다가가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해 마지않을 수 없다. 또 그것을 실천하고 조금씩 해나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앨범 디자인 작업을 부탁했다. 그는 조용히 활동하고 있는 인디밴드 멤버이다. 그가 음악을 하고 공연을 종종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음반 작업을 하고, 앨범을 발매하는 과정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생각에 빠진다.(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그 동료의 부서는 지금 1년 중 가장 바쁜 시즌이다. 주말마다 나와 잔업을 정리하고, 곧 해외 출장 일정에 업무량이 몰린다. 그 와중에 여기저기 컨택하며 앨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그분이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닌데ㅋㅋ 동시 작업을 진행하는 원동력은 대단하다.
삶이라는 것에 목적이나 목표가 있을까? 보통 종교에서 삶의 목적은 신께서 뜻하신 바가 있으니 난 그대로 잘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왕왕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꽤 그 의미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인가 보다. 그게 정해져있을까? 나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채워가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해, 이웃을 위해, 나라를 위해. 다 이런 것들은 자신 안에서 나오는 것이고 내가 나를 무엇으로 채워가는가에 따른 것이 아닐까.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 상황들이 겹치고 겹쳐, 쌓이고 쌓이면서 말이다. 좀 더 주도적으로, 주체적으로 내가 내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3.
우리가 하는 사업 중에 사회적기업가들의 자생을 지원하는 '뷰티풀펠로우'가 있다. 어제 그 6기들의 협약식이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업가에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라 삶의 자세와 그 접근 방식이 보통 직장인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 이런 순간들로 환기된다. 내가 우물 안에 있음을 깨우치기 위해 의식적으로 이런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다.
저축을 할 때든, 공부를 할 때든,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의 목적을 세우고 '왜 이것을 하는가'를 잡고 시작하라고 하는데 그 말이 오늘은 맘에 많이 남는다. 내가 지금은 삽질을 하더라고, 이 삽질이 사과나무를 심기 위함인지, 그냥 벌판에 흙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무의미한 일인지 항상 환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확실하지 않아 내가 가끔 헤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하는 일이 그 큰 그림에 필요한 작은 씨앗인가, 아니면 의미 없는 허우적거림인가 판단할 수 있도록 깨워주는 시간.
육아휴직 중인 동료 한명이 본인이 퇴보될까 무서워 매일 인트나넷과 뉴스클리핑을 열독한다 했다. 그러나 사무실에 앉아 눈코 뜰세 없이 열일을 했다고 해서 퇴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맘에 불안감은 없겠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이 결과가 어디로 이어질지, 너무 바빠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아니면 너무 편하고 익숙하여 내가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각성이 필요한 시기이다.'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12월 1일 (0) 2019.10.31 2016년 10월 9일 (0) 2019.10.31 2016년 10월 23일 (0) 2019.10.31 2016년 12월 22일에 시작한 글 (0) 2019.10.31 초조하고 불안해질 때는 한걸음 물러나보세요 (0) 201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