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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5일일상 2019. 10. 31. 16:07
#1
나는 꽤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고민하면 해결할 수 있던 때는 그랬다. 사회에 나와 그 범위를 벋어난 나는 무기력해졌다.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들, 고심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에 분노했지만 결국 순응이 가장 쉽다는 것을 알게됐다. 무기력과 불만이 공존하는건 참으로 위험하다. 주위하지 않으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자유가 오더라도 무기력이 학습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면 상황은 개선치 않고 불만거리를 찾아나서 '난 어쩔 수 없었어! 이런 상황에 내가 뭘 어쩌겠어?'라고 말해버린다. 움직이지 않는 자신을 참 쉽게 합리화 할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자존감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문제가 해결되었(없어졌)고 이제 판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이 왔다. 하지만 그런 자율성은 참으로 많은 노력을 요한다. 사고해야하고 검열해야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무기력하던 상황에서 급변하여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여야한다. 주체적인 선택에는 그만큼의 책임과 고통도 따른다. 참으로 무거운 행복이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이기 위해서는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이 아닌 '나의 것'이 있어야하고 그에는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아는 것도 많아야하지.) 수동적이고 불평불만에 익숙해진 사람은 이것이 참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자존감 수업'은 나의 상태와 그동안의 감정들을 한걸음 물러나 뒤돌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죄책감과 부정하려했던 감정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었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롤러코스터'같이 오르고 내릴 수 있다는 말은 상실된 나의 그것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 그와다불어 다시 올라가기 위한 사고의 방향을 일러주었다.
책에는 많은 실천사항들이 많이 나왔지만 줄줄 읽는 것만으로도 실은 많은 것이 회복되었다. 타인이 내린 나에 대한 판단에 덜 신경쓰이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본질을 찾게되고 흔들리지 않았다.(실제 최근에 누가 나에게 '약하고 연약'하다고 표현했다. 전에라면 '아, 내가 파워가 없어보이나 or 내가 수동적으로 보이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저 사람은 날 그렇게 봤구나'라고 그냥 넘어가는 내가 더 신기해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렇게 나의 감정과 자존감의 수준을, 타인의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발현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게 되었다.
한번 더 읽고 레벨 업할 생각이다.
#2
반짝이는 것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 친구들이 계속해서 반짝반짝거렸으면 좋겠다.
사회의 유리천장이나, 결혼, 육아, 시댁, 사회에 시선 속에 변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내 친구들은 모두 반짝거린다. 스스로 갈고닦으며 아름답게 빛난다.
그들이 노력하여 얻은 것들을 다른 이유로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들이 계속해서 반짝거렸으면 좋겠다.
종국에는, 선택할 필요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양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 속에서 언제까지나 함께 빛나기를 원한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누가 더 좋은 선택을 했는지 비교하게 되는 것은 나의 이중성과 오만함이다.
'더 좋은 선택'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며 누구에게나 같을 수 없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내가 조금더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모두가 빛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내가 조금 더 빛나고 싶어한다. 외압으로 그들이 빛을 잃을까 걱정하면서도(이걸 걱정하는 것도 웃기다 사실) 그럴거라고 확신하듯. 적고 보니 정말 못됐구나.
학업을, 남자를, 직업을, 육아를,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그 기준과 가치가 다 다르고 어떤 것이든 본인에게는 빛나는 것일 텐데.
왜 나는 내가 조금 더 현명했다는 것을, 더 현명할 거라는 것을 계속해서 입증하려 하는가.
아직 모자라서 그렇다.'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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