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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9일일상 2019. 10. 31. 16:08
#1.
비가 쏟아지는 일요일. 약속이 취소된 오후.
계획이 흐트러진 틈을 매우기 위해 카페에 왔다. 그러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SNS만 뒤적일 것 같았다.
요즘 해야 할 것은 많은데(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는지 틈이 나도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둔하다.
멍 때리는 게 꼭 무엇이든 비축하려는 생존본능 같지만, 요즘 그 순간들을 아깝게 핸드폰을 하며 소모시킨다.
조금 권태롭달까. 무감각하다고 해야 할까. 안락하고 좋은 순간은 있는데 기쁘고 행복한 순간은 부족하고, 짜증 나고 어이없는 순간은 있는데 격분하는 순간은 딱히 없다. 절대 수용 못할 일은 아니지만 억울함을 삼켜가며 하는 일이 많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그게 딱히 나의 결혼이나 조직개편, 팀원 교체 같은 것도 아니다. 나는 어떤 상황인걸까.
내년에 있을 안식월을 쓰기 위해 참고 있는거라 위로한다. 그 이후 상황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2.
요즘 책도 들쳐보고, 괜찮은 블로그도 털어보며 제2의 삶(독립 후 내 삶은 모든 것이 새로이 시작될 것이다!!)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고심 중인데 가장 중요한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모르겠다. 무엇에 기준을 두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잘 모르겠다. 목표와 목적이 확실해야 한다고 열심히 떠들어놓고 정작 내 건 못 찾겠다. 혹자는 좋아하는 일을 알게 되는 건 기적과도 같다 했지만 명확한 사람도 수두룩 빽빽이다.
사실 시도를 안 한 건 아니다. 커다란 전지를 사서 팬으로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찾아보기도 하고, 실제 해봐야 안다며 이것저것 찔러보기도 하고, 하루하루 작은 목표를 세워 실행해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제각기 가리키는 방향이 다 다르다. 하면 재미있고 파보면 괜찮을 수도 있지만 안 해도 그만인 정도로 끝이 난다. 모 실상은 마무리도 안 한 채로 다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일이 다반사이긴 하다.
내 성향에 대해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보기는 한다. 주입식 교육에 '넌 지금 이걸 해야만 해'하면 그냥 그대로 따랐던 거 같다. 학창시절에도 잡생각은 엄청 많았지만 집, 학교, 학원이 나의 세계의 전부였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그 세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와서 부모와 환경 탓을 하는 것이 비겁하긴 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나도 별 거부감없이 누가 가리키는 방향만 바라봐왔고 내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이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고 부모 말 거역 한번 안하고 산것도 아니지만 그냥 이런식으로 변명해본다.
그런데 나이도 들었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잡생각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리해보니 명확한 내 영역이 없달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누가 가리키질 않으니 스스로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 몸에 문신으로 새겨두고 평생 다짐하고 싶다는 내가. 그만큼 간절한 내가 스스로 좋은 걸 찾지 못해 안달복달이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ㅋㅋㅋ) 사랑하는 일(책에서 그랬다. 삶의 목표가 있으면 헌신은 별거 아니라고)을 알아낸다면 회사에서 날 아무리 괴롭혀도, 하기 싫은 일을 줘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인내하며 좀 참아낼 수 있을지 모르잖아.'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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