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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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도 똑똑해야 될 수 있다서평 2019. 9. 22. 22:06
명절이 되면 찾아가는 할머니 댁에서 우리는 늘 뜻하지 않은 고행을 겪는다. 오랜만에 찾아간 손녀, 손자가 예뻐죽는 할머니는 부엌에서 쉴 새 없이 먹을 것들을 내오신다. 밥은 한 공기로 끝난 적이 없고 반찬이 끊이질 않으며 겨우 다 먹고 나면 식혜며, 과일이며 계속 먹을 것을 내어주신다. 평소보다 3배는 과식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왜 이렇게 못 먹냐며 자꼬 더 먹으라고 음식들을 권하신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할머니의 맘은 감사하지만, 우리 수혜자들은 꼭 다음날 체하기 마련이다. "어치케, 한 그릇 더 줘어~?" 할머니가 손녀 마음을 알아주셨더라면 음식도 조금 하시고 체하지도 않았을 거라 아쉬운 마음이다. 하지만 역할이 바뀌어 우리가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우리는 할머니와 똑같이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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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는 애국자? 조선시대야 모야~서평 2019. 9. 15. 18:45
2016년도였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나온 때가 말이다. 대한민국 출산율은 오래전부터 줄어들고 있었고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저출산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2019년 현재까지도) 가임기인 여성들이 타깃이 되었다. 행정자치부에서 만든 이 지도는 어느 지역이 저출산이 더 심각한지 알려주고, 각 지자체 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나도 저 지도에 표시될 '가임기 여성'으로서 아주 역겨운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을 잠재적 출산 기구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의 원인을 단일 관점에서 '여성들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이며. 출산율과 정책을 평가해 인센티브까지 주려고 했단다. 국민의 머릿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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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서평 2019. 9. 9. 21:58
영화 인피니트워에서 그 존재를 널리 알린 '타노스'. 그가 인피니트 스톤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온 우주의 반을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살던 타이탄 행성이 인구 과잉과 과도한 기술 발달로 멸망했고, 이 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 없었다. 제한된 자원으로 모두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현 인구의 반이 없어져야 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딸까지 죽음으로 내몰며 우주 최고의 힘을 얻어 목표를 이룬다. 하지만 그 전에 타노스가 인류 번영의 역사를 알았더라면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노스가 온 우주의 번영을 위해 한 행동은 아주 비이성적인 비관주의에서 비롯된 광기 어린 오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아주 쉽게 비관론자를 만날 수 있다.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남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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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독서만큼 섹시한 일도 없죠서평 2019. 9. 1. 22:54
서로 호감 있는 남녀가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서로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남자: 무슨 일 하세요? 여자: 출판사에서 리더 일을 해요. 남자: 말도 안 돼! 돈 받고 책 읽는 거예요? 여자: 네, 그거예요. 원고를 읽는 게 직업이죠. 남자: 정말 멋지네요! 이거랑 비슷하잖아요. '무슨 일을 하세요?' '숨 쉬는 일을 해요. 돈 받고 숨을 쉽니다.' 숨을 쉬듯 일상적인 독서를 '업'으로 하는 상대방에게 부러움이 섞인 농담을 던지며 남자는 대화를 이어간다. 일이 아닌 보통 때 독서를 하면 어떤 기분이 드냐며 평소와 같이 즐길 수 있는지를 묻기도 한다. 영화 의 한 장면이다. 가끔 삶이 퍽퍽해질 때마다 꺼내보는 영화 . 시간과 삶, 그리고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아름답게 교정해주는 영화지만 나는 매번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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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누가 세 줄 요약 좀서평 2019. 9. 1. 00:11
"아 누가 세 줄 요약 좀" 인터넷에서 간혹 긴 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달리는 말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를 돌려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긴 글을 읽을 시간이 없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모든 정보를 이해하고 소화하기엔 우린 시간이 모자라다.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넘어가는 찰나의 시간에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세 줄 요약이 핵심이다. 요즘은 글이 길면 망한다. '좋은 글인 것 같은데 너무 길어서 못 읽겠어요. 누가 요약 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도 세 줄짜리 짧은 글은 아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끝까지 읽어주길 바라며... (마지막에 3줄 요약해놓음) 컴퓨터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화면을 넘긴다. 타임라인에 펼쳐진 수많은 정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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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버티는 것도 재능이 필요하다서평 2019. 8. 18. 22:16
6년 전, 그때만 해도 세상 물정 모르고 앳되었을 때 얼굴만 알던 선배에게 추천을 받아 취직한 회사에서 넌덜머리가 났다. 아무리 뼈빠지게 열심히 해도 사장만 배부르는 것 같은 이 구조가 너무 싫었다.(그땐 생각이 크지 못했다.) 당시 하던 일이 영리의 극단에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계산기를 아무리 두들겨봐도 내가 얻는 건 법에 위배되지 않을 만큼의 딱 그 정도 연봉이었다. 어린 맘에 그 공을 다 먹는 것 같은 배부른 이사가 내 앞에 왔다 갔다 하니 그 꼴이 더 보기 싫었다. 나는 입사 5개월만에 작은 푸드 트럭 중고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적게 벌고 힘이 들더라도 내가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커피 트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진지하게 여기저기 푸드트럭 후기들과 커피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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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우리가 남이라 생각해서 미안.서평 2019. 8. 12. 13:30
같은 반, 같은 과, 같은 동아리로 한 곳에 묶여있던 시절에는 친구 사귀는 게 어렵지 않았다. 가볍게 말 붙이기도 좋고, 같은 생활권에 공통점도 많아서 쉽게 가까워졌다. 사회에 나오고 나서는 계산할 것도 많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새로운 친구 사귀는 게 더욱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새삼 내일로 느껴진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다 맞추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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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팀장님은 자꾸 페이스북에서 KPI를 찾을까서평 2019. 8. 5. 11:21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 -피터 드러커 이 명대사는 경영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숫자는 매우 간편하니까. 혹자는 피터 드러커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말도 있고, 전혀 의도한 것과 다른 뜻으로 전해졌다는 말도 있지만 확실한 건 저 문장이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닌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6살 아이도 유튜버로 빌딩을 살 수 있는 시대에 기업들도 애초에 소셜미디어에 뛰어들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제대로들 활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는 소통의 창구로, 누구는 마케팅의 창구로 열심히 확성기로 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