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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는 애국자? 조선시대야 모야~
    서평 2019. 9. 15. 18:45

    2016년도였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나온 때가 말이다. 대한민국 출산율은 오래전부터 줄어들고 있었고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저출산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2019년 현재까지도) 가임기인 여성들이 타깃이 되었다. 행정자치부에서 만든 이 지도는 어느 지역이 저출산이 더 심각한지 알려주고, 각 지자체 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나도 저 지도에 표시될 '가임기 여성'으로서 아주 역겨운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을 잠재적 출산 기구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의 원인을 단일 관점에서 '여성들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이며. 출산율과 정책을 평가해 인센티브까지 주려고 했단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가임기 여성 분포 지도라니.;.. 혐오스럽다.

    국민의 머릿수가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마오쩌뚱의 말처럼 저출산 현상은 정말 우리나라 국력을 떨어트릴까? 한 컬럼에서는 출산율 감소는 국력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줄 것이며 국가의 역동성을 퇴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세계 선진국에서 가장 부유한 만큼 나라는 국민의 수도 많아야 하지 않을까? 그럼 중국과 인구수로 1, 2위를 다투는 인도는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가? 소득 수준으로 1에서 4단계로 전 국가를 나눴을 때 인도는 2단계, 우리나라는 4단계에 속한다.

    www.gapminder.org/whc/ 에 가면 실시간 전 세계 건강과 부를 나타내는 지도를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수치상으로도 가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죽는 비율이 높고 집에 많은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국가가 번영할수록 아이 사망률도 급격히 줄고 대가족 형태가 무너지며 출산율이 줄어든다. 그리고 더는 인력으로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 기술은 하루가 멀다고 발전하지 않는다. 점점 더 좋은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6~8명씩 낳던 우리 부모님의 시대는 지났고 이제 1~2명을 낳아 풍족하게 키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사실과 데이터를 외면한 채 접근하고 있지만, 위에 소개한 법칙을 유념한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책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소개한 최근 연구 결과에서 발견된 인구학적 천이를 설명한다. 가장 잘사는 국가들의 경우 번영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출산율 하락이 멈추고 미세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인간개발 지수가 0.94를 넘는 24개국 중 18개국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예외다. 

    "국가가 부유해짐에 따라 여성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더 잘 맞출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이들 국가(부유하지만 출산율 하락이 계속되는 일본, 한국)에서는 그것이 지체되고 있다."
    -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한스 피터콜러 -

    “여성은 가축이 아니다. 여성의 몸은 생산기구가 아니다. 고학력 여성들의 ‘하향 선택’을 강요하는 성차별적인 내용의 보고서는 정부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 키우지.”

    2017년 저출산의 원인을 찾으라는 정부의 미션을 받아 연구를 진행한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는 그 원인을 고스펙 여성으로 지목했다. 고학력 여성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눈높이가 높아져 결혼을 미루고 있으며, 사회 진출로 출산까지 미룬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비판의 글이 잇따르며 담당자는 사퇴했지만, 여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결혼을 고민하던 여성들은 비혼주의자로 돌아섰고 여성과 남성이 대립구조가 되어 감정만 격해졌다. 

    이런 개그에 웃는다는게...하.. 내 앞에서 장난으로라도 이런 말했다가는 고자꼴 못 면한다...ㅂㄷㅂㄷ


    데이터로 본 여성의 고스펙은 아동 생존율을 높이고 시장에 뛰어들며 심지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인다. '사실'을 외면한 채로는 이성적 논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기서 또 하나 조심해야 할 우리의 본능은 '비난'이다. 우리는 뭔가 잘못되면 잘못한 누군가를 찾아 비난한다. 이유를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하지만 사실은 누군가 한 사람, 한 조직이 잘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정부나, 연구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저출산의 문제로 지목되어야 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오해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직감과 오래된 지식으로 왜곡된 세상에서는 많은 기회를 놓친다. 우리가 가진 비합리적 두려움과 시대착오적 인식을  건설적 활동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책 <팩트풀니스>는 세상을 좀 더 사실에 근거해 이해할 수 있는 10가지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한스 로슬링이 제시하는 '사실에 근거한 경험 법칙'

    1.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너와 우리를 분리해 간극을 만들고, 2. 부정적인 이슈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3. 그래프에는 직선 말고도 S자, 미끄럼틀, 낙타 혹 곡선이 존재한다는 걸 자주 잊으며, 4. 공포에 질려 위험성을 과대평가하거나, 5. 숫자가 크다고 겁에 질려 전체 비율을 따져보지 않고, 6. 내가 겪은 일을 일반적인 범주로 묶는가 하면, 7. 저들은(여자는, 개도국은) 그럴 운명을 타고났다고 단정을 짓던가, 8. 다양한 문제 접근법과 해결법을 고민하지 않고 전문가만 신뢰하기도 하며, 9. 문제가 발생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희생양을 찾고, 10. 마음이 조급해져 어리석고 극적인 결정을 해버리고 만다. 

    세상에 사실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다. Factfulness가 필요한 곳에 예외는 없다. 굶고, 병들고, 싸우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도, 세계 기후 변화와 여러 환경문제에도, 교육과 사회 진출의 성평등에도 Factfulness가 필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의 오류를 조심하면서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발전시켜야 한다. 유통기한 없는 지식은 없고 세상은 변하며(좋은 쪽으로) 이런 사실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개선해줄 것이다. 50년 전, 20년 전 10년 전 한국은 계속 성장해왔고 세계에서 가장 잘나는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 사회를 인식하는 수준은 조선시대에 머무는 것 같다.

     

     

     

    팩트풀니스

    전 세계 100만부 돌파! 세계 지성계를 사로잡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마침내 출간!강력한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담은 혁명적 저작· 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 졸업생에게 직접 선물한 화제의 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 강력 추천· [옵저버] 선정 금세기 최고의 책! ...

    ridibooks.com

    이 글은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에 참여해 
    한스 로슬링 저 <팩트풀니스>를 읽고 쓴 11번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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