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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팀장님은 자꾸 페이스북에서 KPI를 찾을까
    서평 2019. 8. 5. 11:21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
    -피터 드러커

    이 명대사는 경영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숫자는 매우 간편하니까. 혹자는 피터 드러커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말도 있고, 전혀 의도한 것과 다른 뜻으로 전해졌다는 말도 있지만 확실한 건 저 문장이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닌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6살 아이도 유튜버로 빌딩을 살 수 있는 시대에 기업들도 애초에 소셜미디어에 뛰어들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제대로들 활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는 소통의 창구로, 누구는 마케팅의 창구로 열심히 확성기로 떠들고는 있지만 '왜'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곳이 더러 있다. 남들 다 하니까 같이 하긴하면서도 성과는 관리해야 하니 애먼 데서 KPI(핵심 성과 지표)를 찾고 있으면 이제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더러는 페이스북 계정도 없는 결정권자가 콘텐츠 진행 결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실무자의 고통은 뻔하다.

     

    [단독] 6살 유튜버 보람이 가족회사, 95억 청담동 빌딩 매입 - 매일경제

    유명 인플루언서들 안전자산 강남빌딩에 급관심

    www.mk.co.kr

    근데 솔직히 말하면 실무자도 잘 모르기는 매한가지이다. 개인 채널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매일 SNS를 끼고 살아도 이걸 업무로 하는 건 천지차이니까. 하라니까 하긴 하는데, 매일 알고리즘은 바뀌어서 도달률은 떨어지지, 팔로우도 뚝뚝 떨어져 나가는데 맨날 돈 써서 광고 돌려야 하나 알 길이 없다. KPI를 잡아오라니 중요해보이는 걸 잡기는 하는데... 글쎄? 이걸 왜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핵심 성과가 뭔지 난들 알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는 결과에 자신 있는 척 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피해야 할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과신을 선호하는 탓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잘 몰라도 "5% 상승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아, 참고로 내 업무 이야기는 아니다 ;)

    이런 실정이다 보니 다들 콘텐츠 타령을 하기 시작하는 거다. 잘 되는 채널들을 보면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정보가 많은 것들이 잘 되는거 같으니 말이다. 우리도 돈 좀 더 써서 외주도 맡기고, 좀 더 퀄리티를 뽑아내면 뭐든 높아지지 않을까? 실제 유튜브에 어떤 콘텐츠가 잘되면 우리는 “편집이 좋았어, 내용이 탄탄했네,”등 왜 그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는지 어림짐작하며 사후 해석을 한다. 그럼 최근 유명해진 6살 유튜버 보람이는 왜 그렇게 성공했을까? 콘텐츠도 비슷하고 유명인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 애기 엄마들이 유튜브 채널을 여러 개 파고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저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착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존재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을 덜어준다.

    어떤 이유 한두 개로 바이럴이 잘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과관계 착각이다. 우리 사고체계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미치도록 좋아해서 꼭 이유를 찾기 마련이다. 속단하고, 과신하며 어림짐작하는 속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오류를 범한다. 행동 경제학에서는 이런 착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 결재권자가 운영 목적도 명확히 안 해주고 페이스북 운영의 핵심 성과를 몇 개의 숫자로만 판단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콘텐츠가 얼마나 뜰지 미리 목표를 세우고 기대효과를 점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얽히고설켜 어디서 결과가 왔는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콘텐츠가 잘될지 예측하는 것은 무지하다.

    콘텐츠는 복잡계(complex system)의 영역이다. 한마디로 "현실은 너무 복잡해서 방정식이나 간단한 논리체계로는 설명할  없다"라는 것이다.(나무위키 출처) '좋은 콘텐츠 or 팔로워 수 = 도달률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건 실력보다는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운이 더 많이 개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함정에 빠져나오라'라고 말하는 책 <콘텐츠의 미래>를 보면 콘텐츠 외에도 기능적 연결, 보완재, 소통 등  단순한 인과관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혜안을 준다.(나는 개인적으로 콘텐츠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많이 던져보는 것뿐이다. 많이 시도하다 보면 그중에 운이 따라줄 가능성도 많고 평균 회귀에 따라 좀 더 많이 걸릴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콘텐츠 하나 올리고 '잘했네, 못했네'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시도와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 목매달고 준비하는 사업 계획도 진짜 필요한지 다시 생각..읍읍) 전체 팔로우 수와 증감률, 평소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의 빈도는 보지 않고 단순히 '3%, 10% 상승'과 같은 비현실적인 계획은 결국 의미없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목표를 잡고 그 값을 실패하면, 같은 값을 얻은 것보다 우리는 더욱 고통스럽다. 이런 손실회피 성향은 터무니없는 성과 목표를 못 채웠을 때도 똑같이 찾아온다.

    작업 결과를 근거도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물론 기획자와 의사 결정자의 낙관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예측 실패는 누구든 희망 사항이 얼마나 늘어날지 상상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지켰더라면 지불했을 비용보다 훨씬 많아진다. 관련된 증거를 알았건 몰랐건 그 기획을 승인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래서 승인자가 기획자의 업무 성질을 모르면 그 조직이 개판이 되는 거다. 계획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자들은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하기 전에 비용과 편익을 현실적으로 평가한 자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그런 오류를 쉽게 범하는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구조에 그 이유가 있다. 바로 이 사고 구조가 우리를 현실을 잘못 인지하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후회하게 한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 1, 2로 나누어 사고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1 자동적이고 즉각적이며, 노력과 수고가 전혀 필요 없다. 흔히 말하는 '직관'이다시스템 2  시간이 걸리는 사고. 흔히 말하는 '논리적' 사고다자동 주의와 기억의 기능들을 프로그래밍 함으로써 시스템 1 작동 방식을 바꿀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처음 떠올린 생각 빨리 생각하는 기본적 사고 체계와, 그다음에 떠오른 생각 느리고 노력을 요하는 사고체계 빠른 직관, 느린 이성 이런 효율적인 사고 시스템이 우리를  인지 오류에서 오는 다양한 편향과 어림짐작, 과신이 이 같은 오류를 반복하게 한다.

    측정할 없다는 이유로 정말 중요하거나 유용한 정보들을 빠뜨린 말이다얼마나 효용성 있게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경영 정보들은 쉽사리 측정될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얼마나 그 글을 보았는가 아니라 얼마나 소통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이렇듯 측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시야를 가리고, 측정하지 못하는 정보들에서 읽어낼 있는 사업 기회를 차단시켜 버린다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인지적 오류에 빠지는지 알면. 이익과 손실 앞에 전망이 뒤섞인 우리의 삶을 좀 더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행동경제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관계형 미디어라 어느 선까지 목표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팔로워 포스팅 광고 집행 여부 등을 고려하여 정기적으로 그 추이를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인 KPI 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NS를 어떤 목적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내부/외부 상황경쟁 업체이벤트 / 프로모션 여부를 정책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소통이 필요한지,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툴로 쓸지, 직접 판매로 연결할지는 조직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발 숫자로 관리하려 들지말고 근본을 봤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업무 이야기는 아니다 ;)

     

     

    생각에 관한 생각

    새로운 인간학의 지평을 연 현대의 고전, 행동경제학과 ...

    www.kyobobook.co.kr

     

    굉장히 두서없지만 이 글은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에 참여해
    5번째로 작성한 대니얼 카너먼 저자의 <생각에 관한 생각>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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