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노스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서평 2019. 9. 9. 21:58
영화 인피니트워에서 그 존재를 널리 알린 '타노스'. 그가 인피니트 스톤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온 우주의 반을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살던 타이탄 행성이 인구 과잉과 과도한 기술 발달로 멸망했고, 이 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 없었다. 제한된 자원으로 모두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현 인구의 반이 없어져야 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딸까지 죽음으로 내몰며 우주 최고의 힘을 얻어 목표를 이룬다. 하지만 그 전에 타노스가 인류 번영의 역사를 알았더라면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노스가 온 우주의 번영을 위해 한 행동은 아주 비이성적인 비관주의에서 비롯된 광기 어린 오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아주 쉽게 비관론자를 만날 수 있다.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남극의 빙하는 녹아 사라지고 있으며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 우리가 절제 없이 써버린 재생 불가능한 석탄은 고갈될 것이며 인구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식량이 부족해 굶고 있는 기아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제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면 일자리도 없어지고 인간은 기계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세상은 암울한 미래만을 그리며 심각해 하는 비관론자로 가득하다. 언론, 환경단체, 정치인들 모두 말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인류가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진화해온 번영의 역사를 훑다 보면 이 같은 논리가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타노스가 온 우주를 누비며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어도 인구는 자연적으로 줄고 있다. 똑 부러지는 딱 하나의 원인을 찾지 못했어도 인류가 잘 먹고 잘살면서부터 인구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출산과 육아 환경이 안정되면서 유아사망률이 줄고 여성이 해방되어 사회생활을 하며 출산도 줄어들었다. 점차 도시화하면서 대가족이 함께 살기에는 거추장스럽고 비용이 많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아이를 낳는 것은 소비재다.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내가 사치품을 살 수 있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니까 말이다. 국민이 더 건강하고 부유해지고, 교육을 더 잘 받고, 도시화가 더 많이 진행되고, 여성이 더 해방되면 국가의 출산율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지 않았어도 자연적으로 인구는 생산성을 유지하며 적정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거다.
이렇게 인구가 자연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적 진화 때문이다. 바로 다른 종에게는 찾을 수 없는 교환과 전문화!
인간은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교역하고 신뢰할 줄 알았다. 단순 호혜 주위로 남을 돕고 나중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다. 가난의 징표였던 자급자족에서 벋어나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교환했다. 그렇다 보니 각자에게 효율성이 높은 것들에 집중해 생산하는 전문화도 발달하였다. 즉, 각자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업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부터 조금씩 발달해온 이런 문화적 진화는 집단지성으로 힘을 받으면서 더욱 박차를 가했다.연결. 인류는 서로 연결되며 진화해왔다. 분업은 일대일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집단과 국가 단위로 커졌다. 그렇게 한 분야에 전문화되면서 기술도 더욱 발전할 수 있었고 교역도 더 활발해지며 상업과 시장이 형성되었다. 강압적이던 봉건사회에서 자유와 개인 소유물이 인정되는 상업 사회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더욱 도덕적으로 행동했다. 생산적인 거래를 위해서는 신용과 평판이 중요했고, 불우한 사람들과 애완동물에게 동정심을 느낄 여유가 생겼고 실제로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시장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자선도 함께 급증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의 영리활동과 비영리 활동을 무 자르듯 완전히 구분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번영은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정신을 자극하며 이타심을 키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허투루 있는 게 아니다.
인류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인구와 연결에 있다.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만큼 큰 집단지능을 갖추고 생산성 향상을 유발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번영의 길을 걷는 것이다. 물론 18세기 일본처럼 인구 폭발이 기술 대신 저렴한 인건비로 퇴보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국 회복되었다!) 인류와 문화의 진보에는 항상 역동적 변화가 있었다. 수요가 늘고 자원이 희소해지면 가격이 상승하고 대안과 능률이 향상될 것이다. 경제적 성장과 인류의 번영은 항상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환경, 식량, 인구, 에너지, 질병, 경제 성장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매일 전례 없는 번영으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식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타노스가 조금 더 현명하고 낙관적이어서 이 전체 흐름을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타노스의 행성 타이탄은 고립되어있었거나, 교환의 자유가 없었거나, 기술을 발전시킬 능력이 없었을지 모른다. 멸망해가는 그의 행성을 살리기 위해 인구 반을 줄이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구별에 와 인류의 번영을 봤더라면 어땠을까?
사회와 인류의 장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건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실제 비관주의자들 덕에 문제를 더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좀 더 빠르게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멈춰 되돌아갈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대책을 찾으면 된다. 세계는 지금과 똑같은 상태로 지속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거리낌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면 타노스같은 멍청한 선택은 피할 수 있다!이 글은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에 참여해
매트 리들리 저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읽고 쓴 10번째 서평입니다.'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한 사람'도 똑똑해야 될 수 있다 (0) 2019.09.22 임산부는 애국자? 조선시대야 모야~ (0) 2019.09.15 사실, 독서만큼 섹시한 일도 없죠 (3) 2019.09.01 좋은 글이네요. 누가 세 줄 요약 좀 (2) 2019.09.01 일상을 버티는 것도 재능이 필요하다 (3) 201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