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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서평 2019. 3. 21. 22:44


    예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꽤 중요하고 유익한 주제임에도 문체가 어렵고 지루해 읽는 데 꽤 오래 걸렸다. 넛지를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의료보험, 장기기증, 환경 보호와 같이 공동체를 위한 공익 활동에 높은 비중을 두어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상적인 사례들을 우선적으로 설명했다면 좀 더 주목을 끌고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넛지’ 업그레이드 버전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라는 책에서 좀 더 재미있고 일상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사례들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로 선택 설계자에게 주의를 요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졌지만 읽으면서 '내가 선택자가 된다면'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부정적 넛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고는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주제 자체가 흥미롭고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우리는 모두 불가피하게 ‘선택 설계자’일 수밖에 없으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을 항상 심도 있게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하면서도 내 일이 그저 일부로, 단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나의 결정 하나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좋던 나쁘던)을 주고 있음을 아는 것은 땅끝 차이다.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무지함은 때론 범죄라 생각될 정도로 무거운 것이니까. 

    저자는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선택 사안에 대해 ‘다양한 경험, 충분한 정보,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위 3요소를 모두 갖추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그 말은 점점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선택 설계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기준선을 적절히 설정해주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를 들어주며, 유사성과 빈도를 고려해 넛지를 설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람들에게 행복의 두 배에 달하는 고통을 안겨주는 ‘손실 기피’ 현상을 활용하여 작용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보통 ‘현상 유지 편향’을 가지고 있고 그 한가지 원인으로 주의력이 결여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정보들이 동시에 겹치면(선택해야 하는 사안 외에, 선택해야 하는 장소의 상황, 개인의 감정 등)으로 ‘아무렴 어때 발견법’이 발현된다.(내가 종종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디폴트 옵션’을 고심해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넛지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정말 다양했다. 집단 동조, 조명 효과, 무작위와 예측 불가능성 등 익숙하면서도 활용하지 못한 개념들이 많았는데 단순히 구매의사를 묻는 것만으로도 구매율이 올라간다는 건 정말 리마커블했다. "살 생각 있어?"라고 물으면 없던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게 되고 실제 구매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다. 듣고나니 당연한 논리인데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나쁜 사건들을 상기시키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를 이용해 ‘프레이밍 효과(리스크에 이득과, 손실을 다르게 생각하는 경향)’를 활용할 수도 있고,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타인들에게 쉽게 넛지를 당하는 집단 동조 현상을 이용할 수도 있다.(흔들림 없이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동조한다) 또 조명효과로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한다고 생각되는 바’에 부합하려 노력한다. 또는 표정, 소리, 냄새 등 비 언어적인 요소들도 감정적인 넛지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에 소개되고 있는 결혼 제도의 민영화 주장은 다소 황당하고 너무 뇌피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혼인 신고가 단순히 과거 전통을 유지해오는 것이 아니라 안정권에 문제일 수 있다. 결혼이라는 것에 얼마나 수많은 이해관계와 이권이 얽혀있는가. 이 문제를 민영으로 돌린다면 그 안에 발생할 엄청난 사회적 문제들이 떠올랐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지금의 정부의 결혼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동의한다. 그렇다고 "모두 민영화로 돌리자"라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고백해보자면 나는 그동안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초례한 것이고, 100퍼센트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반성한다. 인간은 이콘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린 재미있는 생각은 내가 나의 선택을 설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디폴트 값, 조명 효과 등 환경을 조성하여 고치고 싶은 습관과 행동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뼈아대에서 말하는 환경설정의 중요성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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