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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소중한 맥북. 보증 기간 연장 해? 말어?
    서평 2019. 5. 30. 22:00

    나는 지금 3개월 전 구입한 맥북 프로로 이 글을 쓰고 있다. 12개월 할부로 결제해 매월 꼬박꼬박 갚고 있는 나의 소중한 맥북을 구매하고 작은 고민이 있었다. 정말 큰맘 먹고 구매했고 오래오래 쓸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보증기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있는 상품을 발견한 것이다. 32만 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1년인 보증 기간을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그렇게 되면 내 실수로 망가졌더라도 무료 또는 최소의 비용으로 수리하거나 잘하면 새것으로 리퍼를 받을 수 있을 터였다. 핸드폰 하나에 액정을 3번 이상 바꿀 만큼 허당인 내가 이 귀한(?) 맥북을 손에 쥐면 어떤 사달이 날까 불안한 마음에 서비스 구매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나는 보상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왜 나는 보상 기간 연장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을까?

     

    기본 보증 서비스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연장하는 보증 연장 상품은 애플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통계적 사고'는 우리를 더욱 현명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내가 직관적으로 서비스 구매를 선택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실은 통계적 사고에 기반한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통계적 사고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그 해답의 출발점을 데이터의 수집 및 해석으로부터 찾는 사고방식’이다.(물론 그 당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사례를 찾아본 것은 아니었다.)

    숫자 나오고 그래프 나오고 하면 머리부터 지끈거리지만 사실 통계는 그 현란한 겉껍질만 벗겨내면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아도 익히고 나면 더 넒은 세상을 접할 수 있듯이 통계도 그러하다. 이제 나는 더욱 똑똑해지기 위해 통계의 기본 원리를 깨우치기로 했다. 

     


    통계를 알게되면 좋은 4가지 이유

     

    1. 허투루 나가는 돈을 아낄 수 있다

    앞에서 내가 맥북을 사고 보증기간 연장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당시의 뇌피셜이긴 했다. 개인적으로 보상받을 상황보다 보험금만 열심히 납입하고 돈 잃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생각에 원래 보험 상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뇌피셜은 통계학적으로 근거가 있었다. 보험이나 보증상품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통계적으로도 돈을 절약해주지 않는다. 카지노나 복권과 똑같은 개념이다. 평균적으로 30만 원의 보상 기간 연장 비용을 날리는 확률이 내가 보상받을 확률보다 크다. 다시 말해 3년 안에 나의 맥북이 망가질 가능성과, 그래서 수리할 때 3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 가능성이 더 적은 것이다. 애플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그들은 내가 품질보증 연장 옵션을 구매하길 원한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통계적 사고가 필요하다.

     

    2. 여론 몰이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수많은 통계들에 둘러쌓여있다. 아침 출근 전 확인하는 오늘의 날씨, 택배 도착 예정일, 로또에 당첨될 확률까지. 데이터가 쏳아지고 있는 있는 요즘 더더욱 흔한 일이 되가고 있다. 그 중 우리를 가장 현혹시키는 통계는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여론조사다. 통계학의 기본 원리를 안다면 이런 여런조사를 좀 더 현명하게 해석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많은 기사들이 때로는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의도를 품고 있을 수 있고, 의도가 없더라도 표본이나 오차범위에 따라 그 신뢰도가 천차만별이 된다. 혹 맘에 들지 않는 통계 조사가 있다면 조사 대상자가 누구인지, 응답은 어떤 사람들이 했는지, 어떤 질문인지 따져보고 그 진위를 가릴 수 있다. "사형에 찬성하는가?"라는 한 조사에 미국인이 70%가 찬성했지만, 종신형을 사형에 대안으로 제시했을 경우 그 찬성하는 비율은 48%로 떨어졌다. 어떤 질문을 했는가에 따라 그 수치가 이렇게 천차만별이 된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통계에 따른' 수많은 결론들을 접하고 있다.

     

    3.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들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표본을 어디서 어떻게 추출했고, 그 사이에 있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파악하다 보면 문제를 좀 더 깊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통계는 문제의 원인과 결과 간에 영향을 준 많은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숫자로 표현해준다. 이는 좀 더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강력한 힌트를 주고 문제를 정의하고, 메커니즘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가령, 그저 직급이 낮고 업무 결정 권한이 적은 사람들과 그들의 건강은 아무 연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회귀 분석을 통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결정 권한이 낮은 직원일수록 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통계는 이렇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의 원인과 결과를 연결해준다. 특정 지역과, 그룹에 한정돼 적용할 수 있는 회귀 분석의 한계를 이해하고서라도 통계 분석은 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늘 내가 아침 눈뜨기 너무 힘들었던 이유에 대해 단순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직장 생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4. 직감이 아닌 숫자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통계적 추론은 어떤 패턴, 결과를 관찰하고 그 가능성을 확률로 따져볼 수 있다. 내가 한 선택이 얼마만큼의 성공 가능성이나 기대 이익을 정량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의사 결정 트리를 만들면 복잡한 정보를 정리할 수 있고, 각각의 변수들과 연결되어 있는 확률들을 검토할 수 있다. 실제 "나 좋은 아이템이 생각났어. 이 사업 대박 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 내가 생각한 아이템은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확률 60%, 경쟁사에 이길 확률 55%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욱 투자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통계적 사고는 우리에게 리스크를 파악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미리 가늠해 더욱 안티프래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한 의사 결정 트리 '벌거벗은 통계학' p 157

     


    통계를 조심해야 하는 4가지 이유

     

    1. 숫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오래전 수포자가 된 몸으로 숫자가 나오면 모든 사고가 멈춰버리곤 한다. 하지만 숫자가 나오면 덮어놓고 믿으면 큰일 난다는 괴로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숫자가 나오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명확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통계들도 많다. 우리가 정의하고자 하는 문제의 원인 기준과 정의에 따라 그 결과가 상반될 수 있다. 예들 들어 세계화가 지구상 소득 평등에 주는 영향력을 국가(그룹 단위)로 통계를 내보면 세계화는 소득 불평등을 조장하는 필요악이다. 하지만 전 세계인의 소득으로 조사해보면 세계 곳곳에 소득 불평등은 세계화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또 하나는 수치화하고자 하는 대상이 정말 관리하고자 하는 것인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내가 매년 사업 계획을 잡을 때(혹은 이 조직에) 가장 큰 불만은 내 중요 업무가 성과지수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실제 내 업무 중 수치화하거나 프로젝트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라 매년 내가 하는 일의 70%는 평가 지수와 연간 사업 계획에 반영되지 않는다. 나는 관리되고 있는가?

     

    2. 합리적 차별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

    통계의 뒤꽁무니만 쫓다 보면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통계만으로 따진다면 보험 회사에서는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수명이 길어 더 오래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고, 남성 운전자 수가 더 많다 보니 차 사고도 남자가 더 많다. 그러면 성별에 따라 달리 받아야 하는가? 또 통계의 원리대로 다수의 데이터로 얻은 값에 소수는 생략된다. 사회에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그들이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회의 소수부류는 합리적으로 차별을 받게 될 수 있다.

    통계는 이 복잡한 사회를 이해하는 소중한 도구이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에게는 그 도구를 사용할 철학과, 법률적인 질문들을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계산하고, 왜 그 계산을 하고 있는지 올바른 해답을 끊임없이 구해야 한다.

     

    3. 평균으로 개개인을 판단해선 안된다

    우리는 쉽게 키가 큰 사람은 몸무게도 평균적으로 더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키와 발 크기가 더 크며 집값이 비싼 동네에 사는 사람이 부자일 확률이 높다. 통계는 도구일 뿐이지만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다. 평균 학습 능력, 수행 능력으로 한 그룹의 상태를 파악해볼 수는 있지만 이 잣대로 개인을 평가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통계와 숫자는 단순히 데이터의 총합이고 숫자일뿐 한 개인은 숫자를 뛰어넘는다.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 등 '평균의 종말' 저자 토드 로즈는 평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개인성을 잘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보통 우리는 이 두 남자처럼 평균에서 들쭉날쭉한 개개인성을 가지고 있다. '평균의 종말' p125

     

    4. 콩 심은데 콩나고 쓰레기 심은데 쓰레기 나온다

    통계는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의도가 좋고 그 데이터가 많더라도 소용없다. 어떤 통계자료를 접할 때 우리는 표본이 선택 편향적이지는 않은지, 개인의 기억에 너무 치중한 자료인지를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더욱 눈에 띄기 마련이지만 그 결과가 사실인지, 쓰레기는 아닌지 잘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 '쓰레기'라는 표현이 거칠 수는 있지만 잘못된 데이터로 나온 데이터는 결국 쓸모없다. 편향된 표본이나 잘못된 질문은 잘못된 조사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통계는 도구일 뿐이지만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다. 그만큼 중요하고 잘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통계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정보를 다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현재 가진 데이터를 사용해 좀 더 잘 '추측'하는 데 있다. 어떤 패턴이나 결과를 관찰한 뒤 그 가능성을 확률로 어림잡는 것이다. 이 말은 '추측'이나 '어림잡는'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대로 설계되 반복 조사한 충분한 표본값의 결과는 모집단의 값을 충분히 대변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99.9%라고 0.1%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항상 우리의 판단력과 철학, 성숙한 태도가 올바르게 자리 잡아야 통계라는 도구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통계학을 깊게 들어갈수록 어렵다. 귀무/대립가설, 표본 평균, 표준 오차, 중심극한 정리, 회귀 분석... 듣기만 해도 눈앞이 핑그르르 돌며 책은 던져두고 SNS나 켜게 되기 쉽다. 하지만 통계적 사고는 우리에게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패턴을 읽고 의학과 사회과학에 중요한 발견을 이끄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회귀분석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면 새로운 문제가 정의되고, 그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노력들이 이어진다. 확률이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지만 현명한 사람은 이 가능성을 토대로 현명한 판단을 한다. 이제 SNS는 그만 저 멀리 던져두고 통계학의 현란한 겉껍질을 벗겨보는건 어떨까?

     

    찰스 월런 저. 벌거벗은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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