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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인맥관리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작은 깨달음)서평 2019. 6. 6. 23:21
얼마 전 대학 동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다녀온 친구의 말에 의하면 많은 대학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차 한잔하며 그동안의 근황들을 나누었다고 했다. 같은 전공을 한터라 다들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 분야의 편차는 상당한 것 같았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같은 일을 하면서도 넓고 다양한 분야의 최신 동향과 확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10여 년 전 끈겨있던 기억들을 다시 이어주는 소식들은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핫했다.
하지만 그날 '티타임'이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약간의 불편했던 기억들이 그대로 남아 미묘한 감정선이 있었다. 살면서 제일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인간관계다.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았던 '휴면 관계' 대면의 순간들을 전해 들으며 머리가 지끈 했다.
'하.. 역시 인간관계 쉽지 않네...'
이젠 다 커서 친구, 직장 동료 문제로 질질 짜지는 않아도 여전히 나에게 인간관계는 어렵고 민감한 문제이다. 이런 나에게 '인맥관리' 하라는 말은 산맥을 오르는 것처럼 어려운 과제였다. 도움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고, 계산에 의한 만남 따위를 '인맥관리'로 치부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만 생각했다. 인맥을 '관리'한다니... 연이 되면 감사한 것이고 떠나가면 보내주는 것이지.'라며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친구들에게도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 연락이 오면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먼저 모임을 주도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도 거의 없었다. 어쩌면 '받은 만큼 줘야 하기'때문에 피곤하다고 생각한 테이커의 마음에서였을 것이다.그러던 내가 성장에 목이 말라 독서모임을 하면서부터 인맥관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 일상에 가장 큰 관심거리와 동력이 독서모임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되어있었다. 어떻게 2개월 만에 평생 품고 있던 생각이 반전되었을까?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학연, 지연이 1도 없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이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던 사람들이 책이라는 고리를 만들어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들을 나누며 새로운 안목을 기르고 있다. 정말 재미있는 게 같은 시간에, 같은 책을 읽는데도 서평을 보면 책을 보는 관점도 모두 다르다. 인상 깊은 대목도, 느끼는 감정도, 결론도 모두 다르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한 권의 책을 읽고도 다양한 관점을 가지면서 나의 세계관도 더욱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약한 유대는 우리에게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줄 뿐만 아니라 많은 기회와 가치를 가져다준다. 그렇다고 항상 새로운 관계가 옳은 것은 아니다. 강한 유대 안에서는 디테일한 피드백과 조언을 주고받고 서로의 작업을 더욱 알차게 다듬으며 스킬과 지식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도 너무 심화되면 오히려 문제이다. 컴포트 존(confort zone)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편협한 시각과 지식의 저주에 빠져 우물 안에 갇히게 된다. 결국 균형이 중요한 것이다. 커뮤니티의 깊이와 네트워크의 넓이 양자 간에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균형을 찾는 것이 필수다.
이러한 강하고 약한 유대의 교류의 조화는 개인과 그 커뮤니티를 더욱 성장시킨다. 서로 다른 그룹에 문화적 표준과 행동을 배워나가고 긍정적인 관계를 통해 한 그룹에서만 볼 수 있는 장점들을 나누며 새로운 안목과 엄청난 가치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또 막상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 사람이 실제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잘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한때 유행했었던 '6다리만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은 연구 결과로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는 커다란 네트워크의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친구의 친구를 연결하다 보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잘 둘러보면 이런 관계의 빈틈을 찾아 이어주는 '브로커'가 있다. 이런 브로커는 큰 인적 네트워크 상에서 구조적 빈틈(두 사람의 지인 간에 중복이 없는 관계)을 채워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준다. 새로운 정보를 얻는 방법과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정보의 흐름을 장악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곁에 두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질 가능성이 더 크다. 나처럼 새로운 사람을 찾는 일을 엄두도 낼 수 없다면 브로커를 옆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일이 예전보다는 쉬워지고 있다.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는 지역이 넓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구... 까지는 아니어도 친구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잠재적 관계이다.
네트워크에서도 멱법칙이 적용된다. 인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사람이 더욱 몰리고, 없는 사람은 더욱 존재한다. 80:20의 법칙 20퍼센트의 사람이 80퍼센트의 인맥을 소유하고, 정보와 그들의 교류를 리드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고영성 작가는 자신의 책 '일취월장'에서 4차 산업의 새로운 인제로 '슈퍼 네트워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슈퍼 네트워크가 되어 인맥의 가치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존 네트워크 안에서 새롭고 가치 있는 인맥을 창출하고 '이기적 이타주의'로 그 연결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다.
나는 슈퍼 네트워커가 될 자신도, 훌륭한 인맥을 관리할 자신도 없다. 하지만 예전에 가지고 있던 '인맥관리에 대한 부담'은 완전하게 버렸다. 실제 씽큐베이션 모임을 경험하면서 "함께하면 끝까지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생겼고,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인맥 안에서 즐거움과 함께 성장함을 경험했다.
받은 만큼 주고, 자극을 위해 '반응'해야 한다는 수동적인 매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고, 내 안을 가득 채워 주위에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커뮤니티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빈틈을 찾아 메꾸어갈 자신은 있다. 배워서 나를 가득 채우고, 그것을 남 주는 것이다. 그건 자신 있다. 이것들이 반복되다보면 더 많은 접점들이 생겨 선순환의 네트워크를 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되면 '인맥관리'에서 벗어나 의도치 않은(?) 슈퍼 네트워커가 되어 있을 것이다.
덧. 다른 콘텐츠를 보다가 느낀 점. '친구의 친구' 중 슈퍼 커넥터는 책 '티핑포인트'에서 소개하는 티핑포인트 요소 3가지 1. 소수의 법칙, 2. 고착성 요소, 3. 상황의 힘에서 그 첫번째 '소수의 법칙'에 적용할 요소가 있는 책이다.
자세히 보자면 소수의 법칙 중, 그 소수를 3개로 나누면 1. 커넥터(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 2. 메이븐(본인에게 축적된 지식을 남들에게 공유하는 사람), 3. 세일즈 맨(이것들을 팔 수 있는 사람) 이 세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의해서 티핑 포인트가 시작될 수 있다. 즉 소수의 인플루엔서에 의해서 대중에게 퍼저나갈 수 있는 것이다.아... 왜 이 책이 고영성 작가님의 추천 책이었는지 이 영상을 보면서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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